스트레스 뇌 방향감각에 영향을 주어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2026. 7. 21. 13:00식습관 & 영양

최초 작성: 2026.07.21 /

 

사람들이 가끔  "요즘 늘 다니던 길인데도 헷갈려요.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었요" 이런 말들을 종종 합니다. 그래서 내가  최근 논문을 찾아보다가 정말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향 감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흔들어 놓는다는 연구를 발견하고 나서야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두 개의 연구를 함께 짚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2026년 3월 국제 학술지 PLOS Biology에 실린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의 정밀 뇌영상 연구, 다른 하나는 스웨덴 스톡홀름 지역 전체 인구 136만여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역학 연구입니다. 규모도 방식도 전혀 다른 두 연구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1.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길을 잃은 기분이 들까
  2. 뇌의 내비게이션, 격자세포(grid cell)란 무엇인가
  3. 보훔대학교 연구: 코르티솔이 격자세포를 어떻게 망가뜨리나 
  4. 136만 명 규모 스웨덴 코호트가 보여주는 것
  5. 두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6.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코르티솔 관리법
  7. 자주 묻는 질문 (FAQ)
  8. 참고자료

1.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길을 잃은 기분이 들까

바쁘고 예민한 시기에는 자주 다니던 길에서도 순간적으로 "어? 여기가 어디였지" 하고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그냥 집중력 저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훨씬 구체적인 신경학적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우리 뇌에는 GPS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집단이 있습니다.

이 세포들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영향을 받으면 실제로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정교한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2. 뇌의 내비게이션, 격자세포(grid cell)란 무엇인가

뇌 안쪽 깊숙한 곳, 해마 옆에 자리한 내 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이라는 영역에는 '격자세포'라고 불리는 신경세포들이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우리가 걷거나 이동할 때 일정한 격자무늬 패턴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위치를 계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눈을 감고도 집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 낯선 곳에서도 대략적인 방향 감각을 유지하는 것 모두 이 세포들 덕분입니다.

문제는 이 내후각피질에 코르티솔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즉 스트레스 호르몬이 직접 작용할 수 있는 부위라는 뜻인데, 정작 그동안 이 둘의 관계를 직접 들여다본 연구는 많지 않았습니다.

3. 보훔대학교 연구: 코르티솔이 격자세포를 어떻게 망가뜨리나?

이 공백을 채운 것이 오스만 아칸(Osman Akan) 박사가 이끈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와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입니다. 먼저 이 연구의 규모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최종 분석 대상은 19~34세 건강한 성인 남성 39명이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날 20밀리그램의 코르티솔과 위약을 투여받은 뒤 fMRI 스캐너 안에서 가상 길 찾기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겨우 39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정밀 뇌영상(fMRI) 연구는 한 사람을 스캐너에 눕혀 여러 조건에서 반복 측정하는 방식이라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그래서 30~50명 규모가 이 분야 학계에서는 일반적인 표본 크기입니다. 대신 같은 사람에게 코르티솔과 위약을 모두 투여해 비교하는 교차설계 방식으로 정밀도를 높였다는 점이 이 연구의 강점입니다.

 

실험 방식은 이렇습니다. 참가자들은 MRI 스캐너 안에서 넓은 가상의 초원 풍경 속에 놓인 채,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나무들을 향해 이동하는 과제를 수행했습니다.이렇게 하면 참가자가 실제로 위치를 스스로 계산하며 이동하는지, 아니면 눈에 보이는 표식에만 의존하는지를 구분해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코르티솔을 투여받은 경우 전반적인 길찾기 수행 능력이 유의하게 떨어졌으며, 이는 이동 거리나 주변 표지물의 유무와 무관하게 나타난 일반적인 효과였습니다. 그리고 뇌영상 분석에서는 위약 조건에서는 우측 내 후각피질에서 격자세포 특유의 활동 패턴(그리드 유사 표상)이 관찰됐지만, 코르티솔 투여 후에는 이 패턴이 사라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뇌가 이 상황에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변에 랜드마크가 있는 조건에서 코르티솔을 투여받았을 때, 우측 미상핵(caudate nucleus)의 활동이 위약 대비 선택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뇌가 내 후각피질의 주력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흔들리자 대안적인 전략으로 이를 보완하려 시도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이 미상핵 활동 증가는 랜드마크가 있을 때만 관찰된 조건부 효과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이 연구가 단순한 흥미거리를 넘어서는 이유가 나옵니다. 내 후각피질은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먼저 손상시키는 뇌 영역 중 하나입니다. 연구를 이끈 아칸 박사는 만성 스트레스가 치매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스트레스 호르몬이 이 민감한 뇌 영역을 어떻게 불안정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건강한 젊은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급성 스트레스 실험이라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연구진 스스로도 성호르몬이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성을 포함한 대표성 있는 표본에서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즉 "39명 실험에서 밝혀진 세포 수준의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게 정직한 태도일 것 같습니다.

4. 136만 명 규모 스웨덴 코호트가 보여주는 것

그렇다면 "이런 뇌 속 변화가 실제로 사람들의 치매 발병과 관련이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이 지점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의, 훨씬 큰 규모의 연구를 함께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은 스톡홀름 지역의 의료 행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18세에서 65세 사이 총 136만 2,548명(여성 66만 5,997명, 남성 69만 6,551명)의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이는 실험실 연구가 아니라, 지역 전체 인구의 의료 기록을 추적한 대규모 역학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2012~2013년에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장애(SED) 또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알츠하이머병·기타 치매·경도인지장애 진단이 얼마나 늘었는지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이, 성별, 거주지 사회경제적 수준,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모두 보정한 모델에서, 만성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45배,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1.87배 높았습니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모두 진단받은 경우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4.00배까지 높아져, 두 요인이 서로 더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136만 명이라는 규모, 그리고 최대 10년에 이르는 추적 기간을 고려하면 이 결과는 상당히 무게감이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도 한계는 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치매의 '원인'인지, 아니면 치매의 아주 초기 증상이 스트레스나 우울 형태로 먼저 나타난 것인지는 이 연구 설계만으로는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도 이 점을 논문에서 직접 한계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5. 두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39명 규모의 정밀 뇌영상 연구는 "코르티솔이 왜, 어떤 세포 수준의 메커니즘으로 방향 감각과 관련된 뇌 부위를 흔드는가"를 보여주고, 136만 명 규모의 역학 연구는 "실제 인구 집단에서 만성 스트레스와 치매 위험이 통계적으로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한쪽은 정밀하지만 작고, 다른 쪽은 크지만 인과관계까지는 증명하지 못합니다. 서로 다른 방법론의 두 연구가 "스트레스가 뇌의 항법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이 위치한 뇌 영역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같은 결론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이 주제는 우연한 발견이라기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6.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코르티솔 관리법

그렇다면 이 코르티솔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거창한 처방보다는,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 몇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 아침 햇빛 쬐기: 기상 후 이른 시간에 자연광을 쐬면 코르티솔 리듬이 하루 흐름에 맞춰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규칙적인 수면 시간: 취침·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루 변동 폭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가벼운 유산소 운동: 격렬한 운동보다는 산책이나 가벼운 걷기처럼 몸에 무리가 없는 활동이 스트레스 회복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호흡 이완 훈련: 복식호흡이나 짧은 명상은 자율신경계를 진정시켜 스트레스 반응이 과도하게 이어지지 않도록 돕습니다.
  • 자연환경 노출: 숲이나 공원처럼 녹지가 있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방법들이 코르티솔 수치를 극적으로 낮춰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것을 막는 방향의 습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몸이 보내는 "오늘 좀 헷갈리네" 같은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스트레스를 받으면 실제로 길을 더 잘 잃어버리게 되나요? 39명을 대상으로 한 보훔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르티솔이 방향 감각을 담당하는 뇌 세포의 활동 패턴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길 찾기가 평소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험은 근거가 있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Q2.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매에 걸리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136만 명 규모의 스웨덴 코호트 연구에서는 만성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상관관계이며,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인지 아니면 치매의 초기 증상이 스트레스처럼 나타난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Q3. 두 연구 모두 여성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나요? 아닙니다. 보훔대학교의 뇌영상 연구는 남성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반면 스웨덴 코호트 연구는 여성 약 66만 6천 명을 포함한 남녀 전체 인구 기반 데이터입니다. 세포 수준 메커니즘 연구에서는 여성을 포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Q4. 이 정도 규모라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나요? 연구마다 목적과 방법이 다릅니다. 뇌영상 연구는 표본이 작은 대신 세포 수준의 정밀한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강점이 있고, 역학 코호트 연구는 개별 메커니즘까지는 보여주지 못해도 실제 인구 집단에서의 통계적 연관성을 큰 규모로 확인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두 연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방향의 결론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번 소재를 다룬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

  • Akan O, Chandreswaran V, Soldan HD, Bierbrauer A, Axmacher N, Wolf OT, Merz CJ. Cortisol treatment impairs path integration and alters grid-like representations in the male human entorhinal cortex. PLOS Biology, 2026. DOI: 10.1371/journal.pbio.3003661
  • Wallensten J, Ljunggren G, Nager A, Wachtler C, Bogdanovic N, Petrovic P, Carlsson AC. Stress, depression, and risk of dementia – a cohort study in the total population between 18 and 65 years old in Region Stockholm.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2023. DOI: 10.1186/s13195-023-01308-4
  • Ruhr University Bochum 보도자료, 2026.03.13

이 글은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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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건학 석사(MPH) · 공공보건 40년  |  문의: moonsonn2@gmail.com